탐정사무소 [컨트롤+F] ‘안전한 집’ 찾는 여성들, 전세사기에 더 취약해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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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황준영 작성일25-09-17 06:56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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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사무소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왜 위험한 물건을 선택하게 됐을까. 안전을 중시할 수밖에 없는 여성 임차인들이 전세사기 위험성에 구조적으로 더 취약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런 분석은 전세사기 정책연구 시민펠로우십 발표 자료 ‘부산 공동담보 전세사기의 주체별 행위과 도시 정책적 함의: 시행사-시공사 네트워크와 임차인의 구조적 취약성’에 담겼다.
15일 해당 발표문과 우동준 연구자(부산대 사회학과 박사과정)의 설명을 종합하면, ‘노후하고 관리되지 않은 구축’과 ‘공격적으로 세입자를 모집하는 신축’으로 나뉜 주택 시장의 구조는 특정 집단이 전세사기 표적으로 전락하기 쉽도록 만든다. 부산의 주택 시장이 이런 방식으로 양극화돼 있었다는 것이 연구자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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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구는 부산의 전세사기 유형을 ‘시행사-주거구역형’과 ‘시공사-상업구역형’으로 구분하고 피해 사례와 특징을 추적했다. 연구에 따르면 부산의 전세사기는 ‘공동담보’ 때문에 생기는 피해가 컸다. 공동담보는 동일한 채권의 담보로 매물 여러 개에 동산담보권을 설정하는 것으로, 주로 건물 소유주 1명이 건물 내 모든 세대를 담보로 대출을 받을 때 적용된다. 이 경우 전세사기가 발생했을 때 피해 규모가 크고 경매가 완료되는 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특징이 있다.
연구는 공동담보 매물을 양산한 임대인의 편익 추구 행위와 임차인의 주거 선택 과정을 분석했다. 피해자 인터뷰를 포함한 연구 결과에서는 청년·여성 1인 가구가 안전과 직주근접을 우선시하는 성향 때문에 위험성이 큰 매물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맥락이 드러났다.
전세사기의 원인은 특정한 한 가지라기보다는 부산 지역의 부동산 개발 특징과 임대인의 이해관계, 임차인의 선택이 상호작용한 결과였다. ‘시행사-주거구역형’ 전세사기의 특징을 보면, 임대인과 주변 조직은 다수의 신축 매물을 하나의 브랜드 체인으로 묶어 ‘검증된 출장용접 안정성’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냈다고 연구는 지적했다. 안전에 민감한 여성 1인 가구가 선호할 만한 조건이다.
반려동물 입주 가능, 스타일러 설치, 신축, 테라스 등을 내세워 ‘청년층, 특히 20대 여성 입주자’의 취향에 소구하는 전략도 활용됐다. 연구에 인용된 한 시공사 관계자의 코멘트는 이렇다. 이 사람들(악성 임대인)이 부산에서 처음 반려동물 전용 원룸을 제시했어요. 스타일러도 두고요. (중략) 보통 반려동물을 여성들이 많이 키우니까 여성 전용으로 전세 매물을 세팅한 거죠. 또 다른 시행사 관계자 역시 지금 피해 매물들이 예쁘다고 입소문이 나니까 유명했어요. (중략) 얘들이 왜 예쁘게 하냐면 예쁘게 해야 여자들, 젊은 애들이 결정을 한다는 거예요라고 말했다.
이렇게 신축 건물을 연속적으로 짓고 전세를 놓으며 자본을 순환시키고, 특정 집단을 겨냥해 피해자를 유인한 것이 ‘시행사-주거구역형’ 전세사기가 보이는 구조적 특징이다.
전세사기 피해자가 위험성을 모른 채, 혹은 감수한 채로 이런 매물을 선택하는 과정에는 부산의 도시개발 특성이 작용했다. 연구에 따르면 부산 임대차 시장은 ‘신축’과 ‘재개발이 예정·무산된 노후 주택’이라는 양극단으로 구성된다. 안전과 직주근접 등을 우선시하는 임차인으로선 전자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연구는 부산의 주거지역 다수는 재개발 지역으로 묶여 있다. 이는 노후 건물과 신축 건물로 이분화된 주거 공급이 이루어져 선택의 폭이 극도로 제한됐다고 지적했다.
피해자가 젊은 여성에 집중된 데에는 이러한 구조적 배경이 작동했다. 연구는 여성 1인 가구의 경우 안전에 대한 절실한 욕구가 주거 선택의 최우선 고려사항이 됐다며 여성들은 혼자 사는 것 자체가 다양한 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의미하며, 기존 원룸 밀집 지역이 범죄 취약 지역으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안전한 주거 환경을 찾는 것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였다고 짚었다. 그렇기 때문에 안전성을 내세운 매물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임대인들은 중문, 엘리베이터, 주차장, CCTV, 공동현관 보안시스템 등의 안전성과 우수성을 집중적으로 강조했다.
이런 맥락 속에서 여성 임차인은 ‘신체 안전이 우려스러운 노후 건물’과 ‘전세사기 위험이 있는 신축 건물’ 사이 구조적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 연구의 진단이다. 연구에 참여한 피해자 중 상당수가 다시 선택해도 같은 매물을 선택했을 것이라고 진술했다는 점이 이런 딜레마를 잘 보여준다.
한 30대 여성 피해자는 사람들이 왜 신축을 선택했냐고 하는데, 선택지가 신축밖에 없었던 거예요. 저도 5년, 10년 된 매물이라도 그런 게 있었다면 선택했을 거예요라며 다시 선택해도 지금 집을 선택할 가능성이 제일 높을 것 같다고 돌아봤다. 또 다른 30대 여성 피해자는 제가 신축을 선호한 이유도 처음 자취하는 상황이라서 관리가 안 된 곳은 무서웠다고 설명했다.
연구는 임차인의 이러한 선택이 개인의 선택지를 극도로 제한하는 ‘정책 실패’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연구는 여성 임차인에게 노후 건물은 단순히 낡은 시설의 문제가 아니라 어두운 골목, 고장난 현관문, 작동하지 않는 CCTV, 관리되지 않는 공용공간 등 직접적인 신변 위협을 의미했다며 여성들은 범죄 취약 지역에서 벗어나 안전한 주거 환경을 확보하기 위해 기꺼이 높은 보증금을 감수했고 이는 악의적 임대인들이 여성 임차인을 표적으로 삼는 구조적 토대가 됐다고 분석했다.
우동준 연구자는 통화에서 부산은 대학과 서비스업 때문에 20대와 30대 유입이 많은 도시다. 이들은 장기적 주거가 아니라 일시적 주거를 선택하게 될 확률이 높다며 서비스 업종은 부산 내에서도 특정 지역에 몰려 있어 전세사기 사건도 그러한 지역에 많이 분포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민간 싱크탱크 LAB2050, 연구자 플랫폼 나이오트,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전세사기 정책연구 시민펠로우십의 결과물이다. 결과보고서 전문은 올해 말 공유될 예정이다.
한편 지난 2월 기준 정부가 파악한 ‘전세사기 피해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전세사기 특별법으로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피해자 규모는 2만7272명이었다. 이는 지난해 12월보다 2704명 증가한 수치다. 특히 대전(86.8%)과 부산(84.3%)에서 30대 이하 청년층의 피해 비중이 컸다.
▼ 김서영 기자 westzero@khan.kr
서울 관악구가 집행 실익이 없는 압류재산에 대해 체납처분을 중지하는 등 경제적 취약계층의 재기를 돕기 위한 세무 행정을 진행한다고 16일 밝혔다.
구는 오는 12월까지 세외수입 체납에 대한 정비를 실시하고, 이를 통해 구민들의 경제적 부담을 더는 동시에 체납 관리의 효율성을 높일 계획이다.
이번 정비는 실질적인 집행 가치가 없거나 장기간 방치된 재산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장기간 방치된 노후 차량과 장기 공탁금, 전화가입권, 환급금 등의 압류 해제를 우선적으로 추진한다.
정비 대상은 총 6398건(지방세 체납 3201건, 세외수입 체납 3197건)이다. 이중 차량 압류가 3436건으로 가장 많다. 특히 연식 20년 이상 노후 차량으로 사실상 멸실된 것으로 간주되는 차량이 우선 해제 대상이다. 단, 고가 외제차를 보유하고 있거나 반복적·고의적으로 납부를 피하는 경우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구는 이번 조치를 통해 체납자에게 새로운 회생 기회를 제공하고 불필요한 행정력 낭비를 줄여 체납 관리의 실효성을 높일 방침이다.
박준희 구청장은 이번 조치는 단순히 장부를 정리하는 일이 아니라 위기에 처한 구민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돕는 사람 중심의 따뜻한 세정이라며 앞으로도 경제구청장으로서 지역경제에 활력을 넣고 구민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정책을 펼쳐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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