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크 [이갑수의 일생의 일상]어쩔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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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황준영 작성일25-09-19 12:21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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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테크 비는 가볍게 내려 무겁게 떨어진다. 집 벗어나니 해방된 감각인가. 낯선 곳에 가면 빗소리도 더 잘 들린다. 반복되는 일상의 보자기를 벗어던진 덕분일까. 그곳이 바닷가라면 빗방울도 더욱 굵어진다. 모텔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에 깨어나 바깥을 보았다. 산에 가려고 동해시에 왔는데 난감한 상황으로 머릿속이 아연 축축해졌다.
몇해 전, 제주에 꽃산행 갔다가 비슷한 상황에서 번개 같은 꾀 하나를 장만해 두었더랬다. 타박타박 떨어지는 저 빗소리, 하늘에서 누가 글 읽는 소리! 주룩주룩 빗줄기를 옛글로 환기한 이후 이런 혼자만의 ‘우쭐’에 빠졌다. 어쨌든 하루는 비가 오거나 비가 안 오거나 둘 중의 하나이니 시시때때로 공부하는 셈이 아닌가.
산행 도중 산에서 비 만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 해도 아침부터 비 내리는데 등산하기에는 마음이 좀 켕긴다. 그러나 이 또한 어쩔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가뭄 강릉, 이 지역의 물 사정은 재난으로 선포될 정도로 심각하다는 뉴스도 한몫한다. 고작 카마그라구입 등산하는 주제에 비 맞는 걸 주저할 건 아니지 않은가.
올봄에 기획된 청옥산. 그 산에 가겠다 약속해 놓고 비를 핑계로 안 가는 건, 청옥은 물론 청옥산을 말없이 지켜보는 하늘한테 일종의 죄짓는 일이기도 하겠다. 이 상황에 딱 맞는 오늘의 논어 한 구절이 떠올랐다. 획죄어천 무소도야(獲罪於天 無所禱也·하늘에 죄지으면 어디 빌 데도 없다).
달콤한 가을비 속으로 들어섰다. 무릉계곡 지나 삼화사 일주문에 일필휘지가 걸려 있다. ‘禁亂(금란)’. 무슨 뜻인 줄 짐작이야 가지만 영문 모를 묵직한 글씨. 어떤 한자는 상반되는 뜻이 같이 있기도 하다. ‘亂’(난)에는 어지럽다는 뜻도, 그 난리를 다스린다는 뜻도 있다.
하늘의 물 공급에 곱다시 코가 꿰인 지상의 세계. 그 한 방울 끊기면 꼼짝을 못한다. 바다에 물이 아무리 가득해도 어쩔 수가 없다. 쫄딱 젖은 채 삼만보가 넘는 강행군을 마치니 어느새 어둑한 저녁. 여전한 침묵의 ‘禁亂’. 비 그친 일주문 아래를 다시 지나자니 이런 궁리가 저절로 일어났다. 오늘의 등산은 오전의 어지러운 심사를 오후에 다스린 청옥산의 난이었군.
극심한 불안과 두려움 속에 살고 있다. 나와 내 가족들은 그저 여기서 죽음을 기다릴 뿐이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에 사는 마무드 알하다드(27·사진)는 2023년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시작되기 전만 해도 가자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하던 밝고 건강한 학생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전쟁 장기화와 기근으로 인해 내일의 생사를 장담할 수 없는 현실 속에 살아가고 있다.
경향신문은 이스라엘군이 가자시티를 장악하기 위해 지상전에 돌입한 지 이틀째인 16일(현지시간) 모바일 메신저로 알하다드를 인터뷰했다. 가자시티는 가자지구 최대 인구 밀집 지역이다. 알하다드는 우리를 이주시키기 위해 (이스라엘군의) 공세가 매우 강해졌다. 상황이 좋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피란길에 오르지 못했다. 알하다드는 그 무엇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나는 집에 머무는 것을 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텐트도, 돈도 없어서 피란을 갈 수 없다며 가자 남부도 파괴됐다. 이스라엘군은 우리에게 남부로 떠나서 해변에 텐트를 치고 살라는 것 같다고 했다.
앞서 이스라엘군이 가자 남부 칸유니스 등으로 떠나라는 대피명령을 여러 차례 내렸지만 가자시티 주민들 대부분은 이동할 수 있는 여건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날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가자시티 주민 100만명 중 약 35만명만 피란을 떠났다. 운이 좋아 피란 차량을 구해도 연료가 없다. 알하다드도 당나귀를 타고 다닌다고 했다. 그는 연료가 부족해 우리가 쓸 수 있는 교통수단은 없다고 말했다.
가자시티 대부분은 전쟁으로 인해 이미 폐허가 됐다. 알하다드는 가자지구 어디든 안전한 곳은 없다며 거리, 학교, 정부 기관 등이 모두 잿더미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창밖에는 부서진 학교의 잔해와 피란민들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금요일인 19일은 전국이 대체로 흐리고 비가 내리겠다. 특히 충남권과 전북 서부에는 밤부터 매우 강한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이날 오전부터 중부 서해안을 중심으로 비가 내리기 시작해 오후에는 그 밖의 중부지방과 전라권, 밤부터는 강원 영동과 경상권까지 비가 올 것이라고 예보했다. 비는 20일 오전까지 내리다가 대부분 그치겠다.
19~20일 이틀간 예상 강수량은 인천·경기 남부·서해5도, 강원 영서 남부, 충청권, 전라권, 경북권 20~60㎜, 제주도 10~60㎜, 서울·경기북부, 강원 영서 중·북부, 경남권 10~40㎜다. 강원 영동 지역에는 21일까지 20~60㎜의 비가 내리겠다.
비가 내리는 지역에서는 돌풍과 함께 천둥·번개가 치는 곳도 있겠으니 시설물 관리와 보행자 안전사고, 낙뢰사고에 유의해야 한다. 제주도를 중심으로 순간풍속이 시속 55㎞ 안팎(제주도 산지 시속 70㎞)으로 강하게 부는 곳이 있겠다.
아침 기온은 평년(최저 13~20도)과 비슷하거나 조금 높겠고, 낮 기온은 평년(최고 24~28도)과 비슷하거나 조금 낮겠다. 낮 최고기온은 서울 23도, 인천 23도, 춘천 23도, 강릉 24도, 대전 24도, 대구 25도, 전주 25도, 광주 26도, 부산 28도, 제주 29도로 예상된다.
미세먼지 농도는 원활한 대기 확산과 강수의 영향으로 전 권역이 ‘좋음’ 수준을 보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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