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사무소 [김숨의 위대한 이웃]멀리 있는 아빠, 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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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황준영 작성일25-09-22 15:45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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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사무소 나는 ‘사람’으로 왔다.
나는 하늘 아래에 있다. 그리고 땅 위에 서 있다. ‘사람’으로 온 모든 존재가 그렇듯. 나는 북적거리는 저녁 거리를 걸어가고 있다. 내 뒤에서 걸어오고 있는 아내의 품에는 6월에 태어난 딸이 안겨 있다.
딸이 태어날 때 나는 멀리 있었다. 멀리, 이곳에.
3700여㎞ 떨어진 이곳에서 내 첫아이인 딸이 태어났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나는 ‘나 자신이 새로 태어난 것 같은’ 감격에 휩싸여 눈물을 흘렸다. 나는 내 이름과 아내의 이름에서 글자를 하나씩 따 ‘하니’라는 이름을 딸에게 지어주었다.
아내의 위가 아파서 병원에 다녀오는 길이다. 한국말로 의사에게 약 처방을 받고 마트에 들러, 달걀 한 판과 마늘 한 주먹을 샀다. 나는 손가락으로 아내의 배를 가리키며 ‘위, 위, 아파요’ 하고 설명했다.
이곳은 어딜까. 13년 동안 아무도 내게 이곳이 어딘지 말해주지 않았다. 휴대전화 대리점, 빵집, 노래방, 단란주점, 직업소개소, 복권 판매점, 고깃집, 과일가게, 김밥천국. 방글라데시 국적의 나는 13년 전에 근로 비자를 받아 이곳으로 날아왔다. 가구 공장에서 가구를 만들고 있는 나는 몇년 전에 E-7-4(숙련기능인력) 비자를 취득했다. 13년 전 이곳에 발을 내디딜 때만 해도, 나는 훗날 아내와 딸을 데리고 오게 될 줄 몰랐다.
내가 아내와 결혼한 건 5년 전이다. 서른두 살 되던 해 나는 부모님과 형제들이 사는 고향집에 다녀왔다. 나는 남편이 되고 싶었고, 아버지가 되고 싶었다. 가족을 갖고 싶었다. 맞선을 본 여자와 결혼하고 한 달 남짓 신혼의 나날을 보내다 혼자 이곳으로 돌아왔다. 그때 내가 갖고 있던 비자의 기간이 남아 있었던 데다 나는 더 돈을 벌어야 했다. 아내와 헤어지는 게 슬프고 원망스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아내와 나는 함께 산 날보다 떨어져 산 날이 더 많다. 내가 소지한 비자는 가족을 데리고 올 수 있지만 체류 기간이 정해져 있다.
우리는 마을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가고 있다. 그 앞에 있는 약국에서 약을 타고, 그곳에 서는 마을버스를 타고 월세로 사는 원룸으로 돌아갈 것이다. 아내는 거리에 들끓는 온갖 소리와 분주함을 잠재우며 조용히 걸어간다. 딸은 곤히 잠들었다.
아내는 한국말을 할 줄 모르지만 이곳에서 살고 싶어 한다. 이곳에 남편인 내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내는 최장 9개월까지 이곳에서 머물 수 있다. 그 기간이 거의 다 돼 아내는 며칠 뒤 다시 딸과 함께 방글라데시로 돌아가야 한다.
아내와 딸이 떠나면 나는 또다시 혼자 매일을 살아가야 한다. 혼자 잠들고, 혼자 깨어나고, 공장 일이 없는 날 혼자 밥 먹고, 혼자 이 거리를 걸어가야 한다.
내가 한 달에 버는 돈은 200만원 남짓이다. 원룸 월세로 40만원을 내고, 전기세와 수도세와 가스요금 등으로 10만원을 내면 150만원 남짓 남는다. 그 돈으로 세 식구가 살려니 빠듯하다. 함께 사는 게 좋지만 지출이 많아서 힘들다.
나는 13년을 일했지만 고향에 아직 내 집이 없다. 이곳에도 (내 소유는 아니더라도 집이라고 할 만한) 내 집이 없지만 나는 이곳에서 오래 살고 싶다. 본드와 시너 냄새 때문에 가구 공장에서 일하는 게 고통스럽지만 나는 오래 일하고 싶다. 고향에 돌아가 내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얼마 전 인근 다른 가구 공장이 망했다. 그곳에서 일하던 사람들은(그들도 나처럼 멀리서 왔다) 수개월치 임금을 받지 못하고 흩어졌다. 내가 일하는 가구 공장은 아직 망하지 않았다. 임금을 밀리지 않고 주고 있지만, 도미노 효과처럼 공장들이 망하고 있어서 불안하다.
우리 가족이 탄 노란 마을버스는 새로 지은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 황금빛 논들 사이로 난 도로를 달려가다 물류창고와 작은 공장들을 지나 계속 달려간다. 나는 내가 인생에서 무척 축복된 (자식들의) 탄생의 시간을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런데 왜 이렇게 힘겨울까. 나는 버스와 함께 흔들리는 아내의 얼굴을 바라본다. 젊고 아름다운 아내의 얼굴이 슬퍼 보인다. 나는 아내에게 말해주고 싶다. ‘오늘 저녁 우리에겐 달걀이 서른 알이나 있어.’
인공지능(AI)의 확산이 임금 불평등을 줄일 순 있지만, 자산 불평등은 심화시켜 부의 불평등을 오히려 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AI로 인한 불평등을 완화하면서도 경제적 성장을 저해하지 않는 균형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잇따랐다.
21일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발간한 보고서 ‘AI 도입과 불평등’(AI adoption and inequality)는 AI가 고소득층 노동자를 대체함으로써 임금 불평등을 줄일 수 있지만, 동시에 이들이 보유한 자산에서 더 높은 수익을 얻게 돼 부의 불평등은 크게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2016~2020년 영국 가계의 금융자산과 소득 등을 분석한 자산·부(Wealth and Assets Survey, WAS) 조사를 활용해 AI 기술 도입이 임금·자산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을 기존 자동화 효과와 비교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 상위 10% 노동자의 약 60%가 AI가 대체할 수 있는 직종에 종사하는 반면, 하위 10% 노동자 중에는 15%에 불과했다. 과거 자동화가 영향을 준 비중이 저소득 노동자의 경우 50%에 달했지만 고소득 노동자는 20%에 그쳤던 것과는 뚜렷하게 대비된다.
AI가 고소득층의 노동을 대체함에 따라 임금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100%에 가까울수록 불평등)는 종전보다 1.73%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다만 AI가 고소득층의 노동을 대체할 뿐 아니라 생산성을 보완하는 효과가 있음을 고려하면, 임금 지니계수 감소 폭은 0.22%포인트로 크게 줄어든다.
반면 자산 불평등은 오히려 크게 악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고소득층의 경우 임금 외 주식·기업채·확정기여형(DC) 연금 등 위험자산 소득의 비중이 높은 편인데, AI가 데이터 효율성을 높여 자본수익률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AI 도입에 따른 자산 지니계수는 7.18%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기업이 비용 절감을 이유로 향후 AI를 빠르게 도입할 것이라는 전망을 반영한 분석 모델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뚜렷했다. 해당 모델에서 AI 도입으로 기업의 총 산출은 20.7% 늘며 생산성이 크게 올랐지만, 자산 지니계수는 13.7%포인트 상승했다. 임금 지니계수는 3.9%포인트 낮아졌으나, 자산 불평등 확대가 부의 격차를 더 벌린 셈이다.
AI에 따른 불평등 완화를 위한 정책 대응은 분배와 성장의 적절한 균형 위에 이뤄져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보고서가 15%의 자본세를 부과하는 정책 시뮬레이션을 실시한 결과, 불평등 완화 효과는 뚜렷했지만 그로 인해 치러야 할 경제적 대가가 컸다. 임금 지니계수 3.4%포인트, 자산 지니계수는 3.7%포인트 감소했으나 동시에 총 산출이 26.9%, 평균 임금도 11.8% 줄어든 것이다. 자동화 시기에 같은 세율을 적용했을 때보다 두 배 가까이 큰 비용을 포기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정책 입안자는 AI로 인한 분배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광범위한 도입이 가져올 수 있는 성장의 혜택을 지나치게 저해하지 않는 균형점을 찾는 어려운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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